언오소독스: 밖으로 나온 아이

아주 작고 어린 마틸다가 가족 모두를 능가하는 유일한 힘은 지능이었다. _로알드 달, <마틸다> 중에서

최근 몇 년간 읽었던 것 중 가장 충격이었던 타라 웨스트오버의 Educated 를 여러 모로 생각나게 했던 책. 이 책의 모든 챕터는 인용문으로 시작하는데, 첫 챕터의 인용문은 로알드 달의 <마틸다>이다. 모든 몰래 책 읽는 소녀들의 슈퍼히어로. 그래서 첫 장을 펼치자마자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았다. 기본적으로 억압적인 공동체 안에 똑똑한 소녀를 가둬놓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애가 배우지 못하게, 읽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. 하시딕 유대인들은 미국의 보통교육을 거부하고, 매우 제한된 종교적인 교육만 허용하지만 심지어 탈무드를 다 가르치지도 않는다. 작가인 데버라가 처음 자신을 둘러 싼 종교적 권위에 의문을 가진 것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텍스트를 몰래 찾아 읽고 신성시되는 다윗 왕의 과오를 마주했을 때였다. 책이 주는 지식은 완전하고 당연한 줄 알았던 개인의 세계를 부수고, 어떤 것이 한계인지를 질문하게 한다.

그러나 그 과정에서 쉬운 부분은 하나도 없다. 할아버지가 책은 남자의 것이고 여자는 부엌에 속해야 한다고 책을 소지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데버라는 내내 시내에서 책을 몰래 빌리고 매트리스 밑에 숨겨놓고 읽는다. 17세에 중매결혼을(!) 한 이후에는 책을 좀 꺼내 놓고 읽나 했더니, 아들을 낳지 못한 1년 동안 시어머니가 쟤가 책을 읽어서 부정해서 그런 거라며(!!!) 책을 다 내다 버리게 한다. 타라 웨스트오버와 마찬가지로 그가 가진 글 쓰는 재능은 이 책의 첫 30페이지만 지나도 즉각적으로 알 수 있지만, 그가 하시딕 공동체를 탈출하기 전까지 읽고 글 쓰는 것은 재능의 발현보다는 투쟁에 가까운 것이었다. 개인적으로는 이 폐쇄적인 종교 공동체의 민낯만큼이나 그 투쟁의 근원이 되는 힘이 싹트는 과정, 그리고 그 투쟁을 지속하는 용기에서 감정적인 충격을 느꼈다.


🔖 우리는 하늘나라에서 심판을 받을 때 다윗왕이 상벌의 기준이 된다고 배웠다. 첩을 두는 것에 비하면 내가 숨겨둔 영어 책 몇 권 정도는 새 발의 피가 아닌가. 바로 이 생각을 한 순간, 내 안에서 저항의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. 나는 이 사실을 여러 해가 지난 뒤에야 깨달았다. 내가 가진 힘에 눈뜬 순간과 마찬가지로, 나는 어느날 과거를 뒤돌아보면서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기를 멈추고 내가 속한 이 세상에 관해 스스로 결론을 내리기 시자한 시점이 바로 이 때였음을 깨달았다. 이때부터 나는 고분고분한 아이인 척하기가 힘들어졌다. 나의 생각과 외부의 가르침이 내 안에서 충돌하면서 회오리가 몰아쳤다. 때때로 내면의 소용돌이가 외면의 평정을 깨고 밖으로 흘러넘쳤고, 그러면 사람들은 너무 늦기 전에 내 호기심의 싹을 도려내려고 했다.

🔖 나는 지금도 브루클린을 좋아하지 않는다. 갇힌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. 하지만 나의 인생의 출발점이 된, 탈출을 꿈구게 한 이곳을 아주 가끔 방문한다. 로알드 달조차도 나와 같은 여정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. 나는 과거로부터 해방되었지만 과거와 결별하지는 않았다. 나를 있게 한 시간과 경험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. 내가 살아낸 삶이니까.